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1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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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아니면 절대 찍을 수 없는 자본을 모아서 자본주의를 씹어대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시놉시스를 접하기도 전에 장르의 선정만으로도 메타 영화가 되는 기이함을 풍긴다. 하지만 국내의 심심한 영화산업을 되살리기엔 봉의 신작에게도 무리인가 보다. 하루 관객의 수가 처참하다.

미키17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2054년, 주인공 미키와 친구 티모는 망한 마카롱 가게의 빚을 피하기 위해 '케네스 마샬'이 이끄는 니플헤임 행성 이주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미키는 자격도 없이 '익스펜더블' 직종에 지원하게 되며, 해당 직업은 신체 실험과 고난도 임무를 강요하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미키는 보안팀 여성 대원 나샤와 사랑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버틴다. 4년 반 후, 미키는 니플헤임 행성에 도착해 얼음 동굴 탐사 중 기괴한 생명체와 조우하고, 동료를 잃고 폭언과 처벌을 받는다. 처벌을 만회하기 위해 크리퍼 샘플을 확보하러 가던 중 크레바스에 빠지지만, 티모는 그를 버리고 떠난다. 결국, 크리퍼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본부로 돌아온 미키는 기적적으로 생존한다.
극중의 미키는 죽는 것이 직업이다. 그 첫 죽음의 항해를 시작할 때 어여쁜 여직원이 주인공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짜는 장면을 시점으로 잡히는 숏이 있다. 미키는 공포에 싸여 있지만 이쁜 여자를 가까이서 본다는 역설적인 감정이 이래저래 생겨난다.
이런 장면을 왜 넣었을까? 중국 영화 <귀신이 온다>(2000) 에서는 참수 장면이 나오는데, 무릎을 꿇고 곧 죽을 사람의 목에 개미가 한 마리 뜬금 기어간다. 이에 망나니는 바로 칼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클로즈업으로 잡힌 개미를 손가락으로 탁 튕겨버린다. 흑백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인물의 목이 떨어짐과 동시에 컬러로 변한다. 극적인 전개와는 상관이 없는, 그러나 '영화의 맛'을 극대화하는 장치인 것이다. <미키17>에는 이런 감칠맛 나는 장면이 가득하다.
평소에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임을 밝혀왔으니 이번 작품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를 잔뜩 오마쥬 한 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라 본다. 남의 돈 1700억으로 휘두를 수 있는 우라까이,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봉준호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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