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바빌론 리뷰 마고로비 브랜드피트 토비맥과이어 엠마스톤

Damien Chazelle감독의 2022년작 <바빌론>이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봤다. 솔직히 나는 그가 만든 장편 영화 중 이 영화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시놉은 1920년대에서 30년대 사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하던 시기의 할리우드에 잭 콘라드와 넬리 라로이의 주변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이에 있던 마누엘의 이야기라고 짧게 요약할 수도 있겠다.

3시간 30분이라는 긴 타임라인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고,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블랙유머는 자주 헛웃음을 만든다. 장장 30분에 달하는 광란의 파티 인트로씬은 입이 떡 벌어진다. Crazy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수백 명에 달하는 배우 연기자 음악가가 조명과 카메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군무와 연기들은 놀라울 뿐이다. 다른 예술이 아니라, 영화니까 영화만이 가능한 장면.

매혹과 환상이 큰 만큼 그 음영도 짙은 20년대의 할리우드는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유성영화를 도입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잭 콘라드의 몰락이나, 비평가와 배우의 대화나 간간히 예술작업을 할 때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명제들이 가벼운 대화처럼 가득하다. 잭 콘라드와 넬리 라로이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불운한 결말에 이른다. 잭 콘라드는 자살을 넬리 라로이는 도박빚 때문에 갱단에게, 신문의 작은 한 면을 장식한 기사의 후면에는 이 영화 같은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잠복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 광란의 파티씬이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 비평가와 잭 콘래드가 나누는 대화였다. "관객이 웃은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겠죠." "왜죠?" "There is no why" "당신의 시대가 끝난 거야. 거기에는 이유가 없으니 묻지 마요" "당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살아남는 건 어둠 속에서 지켜본 우리들이지" "이런 일이 수없이 많을 거예요. 지진이 나서 이 도시를 다 쓸어버린다 해도 달라지지 않아요. 살아남는 건 스타라는 개념이지. 앞으로도 수많은 잭 콘래드가 있을 것이고 수많은 내가 있겠지. 이런 대화도 수없이 많이 반복되겠죠. 당신 그 이상의 일이니까" "재능을 타고난 것을 감사히 여겨요. 당신의 시대는 끝났지만, 천사나 영혼들처럼 영원할 테니..."

혹자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의 상업성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았다. 근래 프리즈주간과 관련되어 미술의 상업성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나는 솔직히 상업성 상업시장 자본에 대한 논란이 의아하다. 상업적인 작업이 꼭 좋은 작업인 적이 없는 것처럼, 상업적이지 않은 작업 역시 꼭 좋은 작업인 적이 없다. 작품성을 떠나서, 언제 예술이 돈에서 자유로운 적이 있던가. 예술이 언제 돈의 속성을 바꾼 적이 있던가. 그것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품은 디폴트값이 아니던가. 마치 아무리 고고해도 밥은 먹어야 하는 것처럼...

from 주목해주세요 https://ift.tt/Ewnc0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