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빡빡이

 
 
 
 
 
선수들에게 전환 과정이랑 수비를 많이 강조한 느낌. 볼을 되찾아올 때 중앙으로 들어와야 하는 수비수 (오늘은 베이가) 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중앙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앞선의 선수들은 얼마나 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프리시즌하고 비교해 보면 좀 빨라진 느낌이긴 합니다. 앞선의 선수들이 협력 수비하러 들어오는 속도도 빨라졌구요.
 
 
 
 
 
뭐 물론 제가 프리시즌을 모든 경기를 다 본 건 아니지만 처음 3경기 볼 때의 느낌과 다르게 위에 말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리가 어딘지 두리번 거리거나 얼타면서 위치 꼬이고 이런 것도 덜해졌음. 당연히 시티 전은 맞춤 대응책으로 나왔으니 별개로 봐야 할 거구요.
 
 
 
 
 
게다가 쭉 보면서 느끼는 건데 마레스카는 횡으로 최대한 간격 유지를 하면서 상대 선수들에게 공간을 안 주는 걸 선호하고 상대가 중거리 각을 보고 차는 건 아다리가 엄청 잘 맞는 게 아니면 대부분 유효타로 이어지지 않으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느낌입니다.





사실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선호하는 감독들이 중거리 지시를 잘 안 하는 것도 상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거나 상대방이 다 들어가 있는 게 아니면 루즈볼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굳이 사서 변수를 안 만드려고 안 시키는 건데 반대로 마레스카는 수비 시에 횡으로 쭉 서면서 박스 안에서 많은 선수들이 대응하게끔 만들어서 루즈볼 싸움에선 일단 수적으론 항상 유리한 상황을 만드려고 하는 거 같음.
 
 
 
 
 
물론 센터백들이 다 자신이 순간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편이 아니다 보니 그냥 아예 라인을 빨리 갖추고 내리면서 횡으로 간격과 대형을 빨리 맞추는 게 현재로선 더 낫다고 본 것 같기도 하구요.





세르베테도 어느 순간 눈치를 챘는지 사이드로 빠져서 선수들이 횡으로 대형을 갖추기 전에 흔들어 놓고 루즈볼을 노리는 공격을 더 많이 시도했죠.
 
 
 
 
 
오히려 문제는 센터백들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카이세도랑 베이가를 잡으려고 하는 상대의 대응책에 힘을 못 썼다는 건데 볼을 잡았을 때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거나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내는 과정이 느리다 보니 아예 선수들 위치를 고정시켜 놨는데 여기서 유의미한 공격 장면들이 거의 안 나왔음.
 
 
 
 
 
왼쪽으로 볼이 돌아 바디아쉴이 잡으면 듀스버리홀이 사이드로 빠져주고.

오른쪽으로 볼이 돌아 디사시가 잡으면 은쿤쿠가 사이드로 빠지거나 네투가 내려와서 받아주거나.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오는 기우한테 넣어주면 센터백들이 딸려오거나 상대 선수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저 둘 중 한 명이나 빈틈을 보고 있던 선수가 공간을 파거나.
 
 
 
 
 
이런 식이었는데 이렇게 측면으로 볼을 빼거나 중간에 사선이나 횡으로 볼을 굴려서 상대 수비 대형을 흔들어서 공략하는 건 밀도 높은 수비를 공략하는 방식 중의 하나기도 한데 그렇게 잘 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미지로 짧게 보고 가보겠습니다.
 
 

(바디아쉴이 잡으면 듀스버리홀이 사이드로 빠지고 은쿤쿠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네투의 연결 고리로)

 
 

(디사시가 잡으면 은쿤쿠가 사이드로 빠지면서 듀스버리홀이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서 무드릭의 연결 고리로)

 
 

(아까도 동그라미 친 거처럼 세르베테 선수들 사이 공간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센터백들이 패스를 과감하게 못 넣은 경우도 있지만 낚시질 하는 공간이었음. 이런 식으로 세르베테 센터백 중 한 명이 기우를 따라나오게끔)

 
 

(게다가 중앙에서 소유권을 빨리 내줬을 때 후방의 선수들 중 누군가가 재빠르게 판단해서 시간을 잘 벌어주는 편이 아니다 보니 비는 공간이라고 무조건 막 패스를 넣을 수 없기도 했죠.)

 
 

(다시 바디아쉴이 볼을 잡을 거 같으니 듀스버리홀은 사이드로 빠지면서 은쿤쿠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죠.)

 
 

(볼이 돌다가 은쿤쿠가 사이드로 빠지기도 전에 공간이 나니까 토신이 그냥 찔러줍니다.)

 
 

(기우한테 저렇게 딸려나오면 은쿤쿠와 듀스버리홀 중 가까이 있는 선수가 공간을 과감하게 파는 겁니다. 근데 거지발싸개 같은 패스로 좋은 찬스로 이어지지 못했죠.)

 
 

(기우는 계속 상대 선수들을 보면서 따라나오게 했습니다.)

 
 

(안 따라오니까 자기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면서 계속 쳐다보죠.)

 
 

(은쿤쿠가 보고 바로 사선으로 공간을 파려고 하는데 기우를 따라간 게 센터백이 아니어서 가다가 멈춥니다.)

 
 

(또 저 공간으로 들어온 기우)

 
 

(사실 여기서 낚시질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면 상대 대형을 부수기 더 쉬웠을 건데 뭐 기우에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이상한 거니까요. 열심히 뛰었고 충분히 잘해줬습니다. 날린 기회도 자기가 만든 기회였고. 골키퍼가 엎어져서 뻗으면서까지 막는 건 생각도 못하고 약하게 찬 거 같은데 다음엔 안 그러겠죠.)

 
 

(후반전에도 낚시는 계속 합니다. 그냥 들어가면 되는 데도 계속 상대 선수들한테 신호를 주죠.)

 
 

(완전히 따라가지 않고 살짝만 따라가니까 카이세도가 파려다가 멈추죠.)

 
 
기우는 애초에 본인이 오프 더 볼로 동료들을 도와주고 빈 공간을 활용하는 편에 가까운 선수라서 사실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패스 방향을 자유롭게 잡아서 좌우 선수들을 폭넓게 도와준다거나 동료들이 중앙으로 들어올 때 본인은 측면으로 빠져준다던가 이런 플레이들이 아직은 안 되는 편인데 그래서 낚시하려고 썼던 것 같고.
 
 
 
 
 
저번 경기 엔조도 그렇고. 이번 경기 은쿤쿠나 팔머를 쓰는 거 보면 중앙에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을 테스트하면서 좌중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함.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다 시야가 짤려있거나 좁고 직선적인 선수들은 한없이 직선적이고. 바깥을 안 쓰고 횡이나 사선으로만 움직이는 선수들은 또 그러기만 해서 이런 것들도 고려해서 나름 아이디어를 짜보는 게 아닐까 싶네요. 
 
 

(엔조, 팔머, 마두에케가 들어오고 나서도 딱히 변한 건 없었음. 여전히 바디아쉴을 비롯해 왼쪽으로 가면 듀스버리홀은 사이드로 빠졌는데 사실 제일 큰 차이점은 프리시즌에선 저렇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동료를 못 믿고 거리를 좁히려 했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선 확실히 개선이 되고 있다고 봐야겠죠.)

 
 

(은쿤쿠가 나갔으니 이쪽은 엔조가. 여전히 오른쪽에서 볼이 돌면 듀스버리홀은 하프 스페이스 쪽에 포지셔닝을 하고 있죠.)

 
 

(기우와 다르게 팔머는 볼을 갖고 조금 더 다양한 플레이들을 할 수 있으니 팔머를 고립시키려 할 때 듀스버리홀은 공간을 파는 겁니다. 엔조가 다 보고 있죠. 그러고 엔조가 듀스버리홀을 보면서 주는데 너무 약하게 줘서 컷 당합니다.)

 
 

(엔조가 프리맨이니 달라하고 있습니다. 근데 상대가 읽어서 주지 못하고 카이세도한테 주죠.)

 
 

(카이세도한테도 자신이 프리맨이니 달라하는데 오른발 각을 빠르게 막아버려서 못 주죠.)

 
 

(결국 볼이 뒤에서 돌다가 엔조가 앞에 상황 파악을 다하고 다시 프리맨이 되니 달라 합니다.)

 
 

(팔머를 신경쓰느라 왼쪽 센터백과 왼쪽 풀백의 간격이 엄청 벌어진 걸 간파하고 고민도 안 하고 로빙 쓰루로 넘겨버리죠.)

 
 
이렇게 위치 변화가 가변성이 넘치지 않고 상호 작용이 잘 되지 않을 때 중앙에 서는 선수들이 좌중우를 다 활용할 수 있으면 상대 수비수들이 생각할 거리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겠죠. 그런 점에서 현재 엔조의 기용 방식은 팀 내에서 패스 방향이 제일 다양하니까 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포메이션으로 구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위치가 고정되어 있고 선수들의 가변성이 떨어진다면 3-2-4-1 관련해서 시티 트레블 시즌에 쓴 글들이 있으니 검색하셔서 참고하시는 것도 마레스카의 전술전략을 파악하는 데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선수들이 적응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하는 거 같은데 뭔가 공수 양면에서 답답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데 과연 난이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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