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리두 2

8월 27, 2024

발로 볼을 받는 걸 선호한다는 건 저번에도 한 번 풀어서 얘기한 것 같은데 더 풀어서 얘기하면 볼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벗겨내는 것보단 다음 동작을 이어가기 편한 위치에서 볼이 땅으로 굴러오거나 낮게 날라오는 걸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다는 거임.

그러니 측면으로 빠지는 거나 안에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게 대다수며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나 덮치기를 당하기 좋은 공간은 비어있어도 안 들어가는 거죠.

물론 이건 반대로 포워드라면 본인이 좋은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으면 동료들이 믿고 줄 수 있다는 신뢰를 나타내는 증거지만 반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패스 속도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느린 축구를 하게 된다는 거고.

현 마드리드 같은 경우는 긴 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비니시우스나 호드리구에게 의존하는 형태의 축구가 더 잦게 나타나겠죠. 게다가 대부분의 오프 더 볼을 전후좌우에서 책임져주는 벨링엄과 발베르데, 카르바할 등은 안 풀리면 안 풀릴수록 더 체력적으로 무리를 하게 될테구요.

이중 벨링엄은 사실 온 더 볼 과정에서 상대 선수들을 제끼는 것보다 오프 더 볼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본인이 하나의 패스 루트가 되어주거나 상대 선수들을 떼어놓고 오려고 제끼거나 아니면 순간적으로 자기한테 시선이 안 쏠리거나 없을 때 파고드는 게 훨씬 많은데 마드리드 포워드들은 대부분 이걸 안 하죠.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 뚫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언제나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거임.

이들의 공존 문제는 여전히 좌측면 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순간에라도 적극적인 오프 더 볼을 가져가주면서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때론 모아두거나 퍼뜨리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냐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얘기고 이게 된다면 횡단도 훨씬 자연스러워지겠죠.

물론 벨링엄이 있으면 일부분은 문제 해결이 되고 스쿼드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수준이 높고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이 많으니 체력 싸움을 거는 상대를 후반에 부수는 게 하나의 플랜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다는 점.

벨링엄이 부상당한 부위는 일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자주 달리거나 무릎 사용이 과다할 때 나타나는 부상임. 아탈란타 전 보고 우려한 게 이렇게 빨리 나타난 거 보면 회복 기간도 좀 길게 잡는 게 맞다 생각하구요.

이번 경기는 벨링엄이 빠지고 멘디가 퇴장으로 못 나오니 배치를 살짝 바꿔보긴 한 것 같음.

추아메니랑 발베르데가 좌우를 나눠먹고 저번 경기처럼 발베르데가 후방에 고정되어 버리거나 커버 범위가 넓어지면 안 되니 귈러를 기용해 호드리구가 횡단을 해버릴 땐 오른쪽 포워드로 기능하면서 평상시엔 우측 전개를 이끌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맡은 셈인데 귈러는 호드리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음.

(압박이 끝나고 비니시우스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인데 음바페는 한 번 바깥으로 나오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질 않음)

(프란은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시야가 지나치게 좁음. 안으로 들어가는 선수도 없고 공간을 파려는 생각을 하는 선수도 없는데 일단 파고들면서 본인한테 달라 함)

(오프사이드에 걸렸고 크로스가 머리에 떨어지게 하거나 좋은 위치로 갈기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보지도 않고 갈기는 크로스는 의미가 없음. 특히 하위권 팀이나 전력상 차이가 매우 심하게 나는 상대적 약팀일 경우 무조건 최대한 멀리, 쎄게 걷어내기임)

(추아메니가 볼을 잡은 상황. 보통의 경우라면 비니시우스한테 볼이 가고 그대로 선수들이 횡단을 돕는 게 맞겠지만 그런 상황으로 이어지지가 않음)

(횡단할 게 뻔하니까 바야돌리드는 횡으로 줄줄이 소세지로 서면서 횡드리블 각을 막아버림. 오히려 중거리를 때려보라는 식의 수비임)

(음바페는 이런 종으로 넘어오는 패스도 온 몸을 써서 받기보단 떨어지길 기다려 루즈볼 싸움을 하거나 원 터치로 처리하는 편이죠. 마드리드 포워드들이 다 루즈볼이나 불확실한 볼에 대한 대응이 비슷함.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교체로 들어간 브라힘 디아즈도 그렇구요.)

(여기서도 호드리구가 저 사이로 들어가 한 번 받아주면서 2대1 패스를 하면 횡단이 훨씬 쉬울 텐데 호드리구는 여기서 오히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살짝 나와버리죠.)

(이 장면도 호드리구가 드리블을 칠 수 있게 길을 터주려고 비켜주는 거지. 오프 더 볼을 안 합니다.)

(횡단을 해야하는데 바야돌리드가 3~5명이 횡드리블 각을 철저하게 막아버리니까 직선으로 파다가 들어가는 거 말곤 방법이 잘 안 보인 거죠.)

(이렇게 횡단이 안 되니 음바페가 살짝 틈이 보이면 계속 사선으로 오프 더 볼을 시도해보곤 했지만 바야돌리드 선수들이 다 알죠. 귈러도 저 벌어진 간격으로 들어갈 생각을 안 합니다.)

(결국 다 각자의 이유들로 한쪽 공간이 비어있거나 주발 방향이 비어있거나 받기 편한 위치로 빠지거나 등등 동료들을 위한 오프 더 볼을 안 가져가니 추아메니가 사이 공간을 파줍니다.)

(저번 경기도 잠깐 보였던 장면이지만 저렇게 안에서 살짝만 움직여줘도 바야돌리드 간격하고 대형이 흔들립니다. 해줘야 할 때만 해줘도 볼을 잡은 선수의 선택지는 늘어나겠죠.)

(횡단이 안 되니까 비니시우스, 음바페, 호드리구 등의 파괴력과 개인 기량이 극대화가 되지 않는 겁니다. 측면을 중앙으로 들어가는 루트로 쓰는 선수들이지. 측면에서 플레이를 끝내는 선수들이 아니니까요.)

발베르데의 프리킥 골이 빠르게 우위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전반전과 후반전 초반의 제일 큰 차이는 귈러는 거의 안 쓰던 오른쪽 바깥을 호드리구가 쓰기 시작하면서 바야돌리드 수비 대형이 횡드리블을 막으려고 3~4명이 측면에서 대응하면서 횡으로 쭉 벽을 치는 게 조금씩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하프 타임에 바로 고쳐온 거 보면 안첼로티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답답함의 원인들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귈러의 문제점은 항상 왼발 각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과 중앙으로 들어오는 걸 우선 순위로 보고 있으니 바깥을 아예 쓰지도 않는다는 거죠.)

(여기서도 발베르데가 본인을 이용하라고 바깥을 파주는데 안으로 들어갈 각만 보고 있습니다. 볼 잡을 때마다 횡드리블만 치려 했고 오프 더 볼도 항상 왼발을 편하게 쓸만한 위치만 찾아다녔죠.)

(오히려 중앙으로 들어갈 각만 보고 있으니 횡패스가 도니까 바야돌리드 선수들이 더 많은 곳으로 볼이 굴러갔습니다. 음바페는 다시 바깥으로 빠지죠.)

(오른쪽 바깥을 거의 안 쓰니 너무 편하게 수비하던 바야돌리드 상대로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호드리구가 횡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그냥 바깥으로 줘버립니다.)

(횡드리블을 치게 두면 안 되는 걸 아니 마드리드가 주로 쓰는 왼쪽 공간을 저렇게 대응하니 오른쪽은 텅텅 비었습니다. 패스 연결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빠르게 들어갔다면 역시 호드리구가 전반전과 다르게 바깥을 썼겠죠.)

(호드리구가 왼쪽으로 가버리니까 다시 오른쪽이 빕니다. 귈러 기용은 여기서 유의미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흘려주기와 카르바할의 파고들기로 좋은 장면이 나왔습니다만 그거 이전에 귈러가 저 오른쪽 공간을 유의미하게 썼다면 진작에 경기는 완전히 넘어갔을 겁니다.)

(여기서도 저 비어있는 공간만 보고 억지스러운 플레이를 하죠.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귈러는 호드리구보다 위치나 방향을 훨씬 더 심하게 타고 있다는 걸 경기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죠.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할 점은 호드리구가 혼자 버려지거나 바깥을 써야 할 때는 쓰고 있다는 거겠죠. 당연히 가치를 따져보자면 직선적인 스타일의 선수나 원 패턴의 선수보단 중앙지향적이고 대각선 플레이를 선호하고 잘하는 선수가 더 가치 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걸 때로는 동료들을 위해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현 마드리드에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양하게 볼을 받을 수 있는 선수나 경합을 과감하게 가져가는 선수의 부재를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것도 크로스나 롱볼 옵션의 활용이 제한적인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수비 방식이 고정되는 걸 방지하고 벨링엄이나 발베르데, 카르바할 등에게 쏠리는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종종 말씀드리는 거죠.

이미 마드리드는 롱볼 옵션은 앞선의 선수들의 루즈볼이나 불확실한 볼 대응 방식이나 뤼디거, 밀리탕 등을 활용해 충분히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