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트 주인
디엣전 돔과섭의 첫만남에서든 혹은 첫대화에서도 자기위주의 돔은 "내가 경력이 얼마인데, 나는 마스터적 성향이 강해, 내가 아는 주변에 유명한 에세머가 얼마나 많은데, 너가 뭘 원하는지 내가 다 가르칠수있지, 플레이는 믿고 맡겨봐, 너 같은 성향애들 진짜 많이 만나봤어 ᆢ "
이런분을 주인으로 모신 섭은 없는가? 자신감이 강한 돔과 자기확신이 강한 돔은 섭을 상처주기 쉽다. 즉 기본적으로 돔은 나르시즘이 강하다. 자기애가 강하기에 섭에대한 자기주장이 강하고 그것이 성향적으로 발현되어 주도권을 쥐는 형태로 디엣을 맺길 원한다. 내가 만난돔중 이런 나르시즘과 함께 소시오 패스적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가 거느린 섭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이런성향의 돔은 가학에 대한 망설임이 없다. 섭의 성향이 마조여서 다행이 합이 잘맞다면 괜찮으나 실제 성향적 갈래는 다양한데다 인성부분이 갖춰지지않으면 성향과 폭력이 혼재하기 따름이다. 문제는 폭력이 폭력으로 인지되지 못하는것이다. SM은 폭력이 아니다.
나르시스트 주인은 섭이 잘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것이고 섭은 자신을 가꾸어줄 도구일뿐이다. 이런 주인은 섭을 망친다. 섭은 자신이 성장시키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그런과정이 주인을 돋보이게 하는것인데 나르시스트는 그런과정이 없다.
자기말을 잘따르고 락다운 플레이를 받아들이고 한다해서 돔의 카리스마가 살려지는것이 아니다. 늘 가학으로 디엣생활이 이루어지는것은 환타지이다. 때론 정서적교감과 유대감,소속감이필요하다.SM을 통해 섭으로서의 자각은 둘만의 관계에서 필요하다. 자신의 성향발현이 만족스러운 섭이 실생활에선 오히려 더 밝아지고 사회생활이 폐쇄적이 되는것이 아니라 더 세상밖으로 나올수 있게해야 함에도 가스라이팅이 자랑처럼여겨지는 관계에선 오히려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사회에서 주인만 바라보게 고립을 유도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관계가 오히려 디엣의 완성처럼 여겨진다면 그관계는 오래 지속될수없고 SM의 진정을 오해한 결과이다. 늘 말했듯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SM이다.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성향을 이해하고 자기부정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게하는 것이 치유로서의 SM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인으로서 섭의 성장을 도우는 관계이다.
나의 SM은 실제로 성향과 섹스가 바탕이 되겠지만 디엣이 서로에게 자존감과 가스라이팅이 아닌 보장된 안전한 성향발현의 기회로서 디엣이 이루어지길 원하는것이다. 한때 카리스마를 원했지만 지금은 바로 너를 이해하고자 할따름이다.
문예부의 가스라이팅
고등학교 시절 남녀 공학이었다. 한참 외모에 신경쓸 나이때인데다 남녀가 한공간에 있다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학교내에서 미성년자 끼리 성에 관련된 소문은 늘상 만연했다. 애를 낳아 퇴학 당했다는 이야기는 삼학년 애들에겐 심심치않은 일들이었고 학교 분위기도 그리 엄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학교내에는 타학교에 비해 두드러지는 취미활동부가 두개있었다. 밴드부와 문예부
밴드부는 모두 남자애들로만 구성되었는데 일명 음악을 다루면서도 밴드기강이 엄격했고 선후배의식이 강했다. 비싼 악기를 메고 연습을 위해 자율학습을 하지않고 나가는 그애들의 모습은 특권의식이 있었다. 그래선지 공부보단 취미활동에 더 강한 애착을 가져서 공부잘하는애들보단 음악쪽으로 대학진학을 많이 했다. 각종 경연대회수상이나 도내 행사에 많이 불려 나가기도 했다.
문예부는 따로 학교에서 예산을 배정해서 운영할 정도로 신경쓴 단체였다. 실제로 고등학생들임 에도 등단시인과의 교류가 활발했고 도내 응모전이나 백일장은 늘 문예부가 휩쓸어 대상금상은 어느학교에서 나오는가가 아닌 학교내에서 누가받나하는것이 문제였을 정도이고 전국단위의 수상도 가끔있었다. 도내 축제땐 분재전과 함께 시화전이 도내 볼거리로 팜플렛에 기재되어 행사기간때 방문하는 인원도 엄청났고 시인이나 작가들과의 교류도 그때 많이 있었다. 문예부는 학교내에서 아무나 들어오는것이 아닌 국어공부를 잘하는 애들만 따로 추려 백일장을 하고 3학년 선배와 졸업선배들이 의논해서 한해 5~6명 정도씩 뽑는게 관례여서 나름 엘리트 의식이 강했고 밴드부와의 은근한 기싸움이 있었다. 특히나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다보니 밴드부 보단 학교 선생님들의 애정을 많이받아 선민 사상이 강했다. 나는 문예부 였다.
문예부에는 남녀가 함께 있었다. 자유로운 창작과 선배규율이 함께 공존했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SM과 맞닿아 있는것이 아닐까 싶다.
남녀의 자연스런 교제나 스킨십은 당시의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내에서 엄청난 일탈이었음에도 우리는 크게 영향 받지않았다. 선생님들의 눈을 피한 선후배간의 동거나 저녁 시모임은 좋은 핑계거리였다. 그럼에도 선후배들의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 삼학년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했고 학교뒤에서 빳다를 맞는일도 많았다. 맞고 내려오는 애들을 근처 짜장면집으로 데리고 가서 짜장면과 술을 한잔씩 사주는 졸업선배들은 하늘이었다. 삼학년 선배의 악역과 졸업선배의 선한역은 빳다식 전에 이미 서로 조율해둔것이었다 .조금전 맞은것은 잊어버리고 서로 더 끈끈한 동지의식을 느끼거나 고마워한걸보면 가스라이팅 되어 있었던것같다. 매를 맞으면서도 고마워하다니 ᆢ
나는 일찍 성에 눈을 떳고 자연스런 경험을 쉽게 접할수 있는 환경, 그리고 선배,규율,선도,폭력을 동반한 관계,리더의식에 강한 애착을 느껴 문예부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오지랖이 넓은것도 관계형성에는 좋은 장점이었다.
내가 SM을 처음접했을때 크게 이질감을 가지지 않은것도 그런 환경과 무관치 않았다. 나는 성향이란것이 선천적인것인가?후천적으로 획득하는것인가?에 별 관심이 없다. 어차피 이질감없이 bdsm을 하고 있다면 성향자논란은 의미없다. 나도 한때 자가점검을 많이 했다. 나는 성향자인가? 아닌가? 나는 왜 SM을하고 얻는것은무엇인가?고민이 깊었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의 영향을받고 지배당한다. 진화라는 결과물이 결국 환경에 대한 적응이기에 그러하다. 우리는 섹스를한다. 어떻게하느냐는 각자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 섹스를 할수도있고 안할수도 있고 스님이 되어 영원한 결별을할수도있고 환속해서 다시 할수도 있다. 즉 선택의 문제이지 성향을 선천적 후천적 나눌필요가 없다. 많은 상담자의 첫물음은 제가 성향이 있을까요? 이다. 성향이란선택적 호감이다. 끌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하고 환경의적응이다. SM을 통해 자신이 만족한다면 그리고 원하는것을 얻는다면 성향고민은 의미없다. 누구나 SM을 할수있고 안할수있다. 적응은 개별적 선택사항이니까 ᆢ
바닐라 애인이 거부감을 갖거나 혹은 호기심을 갖거나 각자의 살아온 환경의 영향으로인한 지배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따라서 절대라는것은 존재하지않는다. 바닐라도 성향자도 자신이 선택할수있다. 더이상 초보 섭이나 돔에게 성향자인지 아닌지 타이틀에 매이게 하고싶지않다.
오히려 성향을 강조 하는 마스터들이 고등학교시절 빳다와 함께 짜장면으로 나의 복종심을 끌어 내려고 가스라이팅시킨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우리모두 주체이지 누구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종속체는 아니다. 섭또한 성향적 피지배자이지 성향까지 의심받아야 할필요는 없다. 성향자 논란은 특별한것을하고있다는 선민사상을 불러넣고 그들만의 선후배를 나누어 규율로 성향자 딱지를 붙이는것이 고등학교 문예부와 다름없다. 난 지금짜장면과 한잔의 술을 거부한다. 나의 성향은 나만이 규정할수있고 그건 내게묻는모든 SM동지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인님이 네게 묻는다. 너는 섭이니?
대답해 주어라. 주인님은 돔인가요? 누가 당신을 돔으로 만들었나요? 바로 제가 있음으로 비로소 돔이 되었고 주인이 되었으니 제가 당신의 성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