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제도의 부재로 인한 동성애자들의 소외와 실천에 관하여
ⅰ. 동성혼제도 부재로 인한 동성애자가 겪는 소외
혼인제도의 목적은 두 사람의 애정관계를 법적으로 구속하여 사인관계의 안정성과 사회질서를 도모하는 것이어서, 혼인관계 장려를 위하여 사회 내지 국가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의 범위도 상당하다. 예컨대 법적 혼인관계로 인정될 시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기타 사인간 거래상의 특혜와 더불어 신혼부부 특별 주택 공급 특혜, 건강보험 및 각 보험상 피부양자 지위로 인한 특혜, 연말정산시 부양가족 지위로 인한 소득공제 특혜, 배우자 지위로 인한 상속권 또는 증여세 감면 특혜, 일상가사대리권 인정 특혜 등 국가차원의 복지지원과 법적 지위로 인한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
따라서 혼인제도가 부재한 동성연애의 경우 대내적으로는 상호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고 대외적으로는 혼인상태를 전제로 한 상당한 범위의 사회적ㆍ국가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생활을 함께 꾸려나가는 인생의 전인적 동반자ㆍ조력자의 존재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한다 하겠으나, 혼인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성애자들은 그러한 안정적 생활을 향유하기 어려우므로 인생의 질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ⅱ.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호파1842사건(이하 '김조광수 사건')
2014년 김조광수씨는 동성간 혼인신고를 수리해 달라며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가족관게등록부정정신청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1심에서 각하되었고 이후 이에 불응하여 항고하였으나 다시 각하(2016브6)되었다. 항고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5부는(재판장 김양섭 부장판사) "1심 결정이 '법령을 위반한 재판'이라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 1심의 각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ⅲ. 김조광수 사건으로 본 동성혼에 대한 법리적 검토
1심의 각하 이유는 법리적으로 정당하다. 혼인제도는 헌법, 민법, 가족관계등록법에서 규율된다.
⑴ 헌법은 혼인에 관하여 제36조 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다. 본조의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이하 '그 문구'라 한다.)"의 해석을 두고 학설은 혼인이 '남녀'의 결합을 전제한다는 입장과 남녀결합시 양성의 평등을 강조할 뿐 그것이 남녀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하거나 동성혼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생각건대, 본조를 목적론적ㆍ문리적으로 해석할 때 본조의 목적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율하는 것이라면 적시되는 그 내용은 곧 혼인과 가족생활의 정의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그 문구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정의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규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본조는 오로지 남녀간 결합만을 혼인으로 본다는 헌법제ㆍ개정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고, 이에 동성혼제도를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헌법 당시 고려되지 않은 새로운 동성혼제도에까지 유추적용하는 것은 주관자의 입법정치를 우선으로 하는 헌법의 대원칙에 위배되므로 타당치 않을 것이다.
⑵ 민법은 혼인을 제807조-제814조에 이르러 규율하고 있다. 혼인 성립의 요건으로 제807조에서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그 외 요건은 부재하고, 혼인 불성립의 요건으로 제809조 및 제810조에서 근/친혼 및 중혼만을 금지할 뿐 동성혼에 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학설은 민법이 동성혼을 혼인 불성립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동성혼이 허용된다는 입장과 동성혼이 규율되지 않아 무법상태일 뿐 동성혼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생각건대, 민법은 헌법의 하위법률이므로 혼인에 관한 헌법 제36조 1항의 정의에 부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민법이 동성혼을 금지하지는 않아서 무법상태이나 무법상태는 아무것도 규정이 되어있지 않다는 뜻일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는 민법이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법을 유추하여 새로운 제도인 동성혼제도의 창설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더욱이, 민법 제781조는 1항은 "자는 부의 성과 분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분을 따르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하는 등 민법은 혼인을 기초로 한 가족관게에서 당연히 '부모'라는 표현 기타 '부(아버지: 남성)'와 '모(어머니: 여성)'를 전제하므로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서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⑶ 가족관계등록법(이하 '이 법'이라 한다.)은 민법의 부속법규로서 혼인을 포함한 제반 가족관계변경의 절차를 규율하는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의 조항은 민법의 법리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민법에서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 가족관계등록법도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 민법, 가족관계등록법 등 혼인을 규율하는 법령은 동성혼을 염두에 두지 않으므로 동성혼은 그야말로 무법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무법상태는 그것을 금지하지도 정하지도 않은 상태이므로 현행 법령이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동성혼을 인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동성혼이 금지되어 있지 않으므로 우리의 법은 동성혼에 대해 언제나 열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헌법은 시대적이고 정치적이라고 하였다. 주권을 쥔 국민으로서 서로를 설득시키고 공감하여 합의하면 새로운 입법 및 사회적 합치를 통하여 언제든지 동성혼이 법적 실체를 갖는 제도로 창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법은 동성혼을 거부하지 않는다. 동성혼제도를 확정적 제도로 안착시키려는 법 외부의 노력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ⅳ. 유럽의 "생활동반자법"과 우리나라 동성혼 제도의 창설
영국은 2000년대 초반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기세에 힘입어 2004년 동성애자 커플을 파트너쉽이라는 개념으로 묶은 일종의 동성혼 법률 "파트너쉽 법(Civil Partnership Act 2004)를 통과시킨다. 이 법은 동성연애에 있어서 기존 남녀간 혼인이 보장하는 법적권리와 책임, 재산권, 상속권, 연금, 양육권 등의 다양한 법적 권리 및 의무를 인정한다. 보수단체 등의 백래쉬로 인하여 완전한 동성혼을 성취하지는 못하였지만 어느정도 수준의 동성혼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일본 의회는 2021년 동성혼 금지 위헌 판결을 필두로 성소수자 지원단체가 제출한 동성 파트너십 인정 청원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덴마크는 1989년부터 '등록된 파트너쉽에 관한 법률(The Registered Partnership)'을 시행하였고, 노르웨이는 1993년 이와 유사한 동성 파트너쉽을 인정하는 법을 시행하였으며, 스웨덴은 1995년 '등록된 파트너쉽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였다. 또한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의 유럽국가들이 이와 같은 법률을 시행하게 된다.
ⅴ. 결론
영국과 일본 등이 추진하는 "생활동반자법(또는 동성 파트너쉽 제도)"는 기존의 남녀간 혼인제도와 유사한 정도의 동성혼을 인정하는 새로운 제도로서 헌법, 민법 등 부속법령을 개정 내지 제정하는 것보다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생활동반자법은 등록된 동성커플에 대한 혼인재산제, 부양권, 혼인해소 요건, 연금수급대상 규정 등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입양의 경우 동성 파트너가 공동으로 입양하지는 못하지만, 상대배우자의 친자녀 그리고 상대배우자가 이전에 입양한 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가능하다.
위에서 살펴본바 우리나라의 법은 동성혼에 대하여 열려있다. 오히려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판례상 성적 자기결정권 기타를 포함한 인생 전반에 대한 각종 자기결정권 등 헌법은 동성혼제도의 인정으로 이룩할 개인의 행복과 자유와 이를 누구나 경험할 평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우리 역시 동성혼을 전면 인정하여 사회구성원의 반발을 야기시키기 보다는 동성커플의 혼인의 자유 및 개인의 자유와 행복 그리고 평등을 위해서 다른 국가가 우선 도입한 동성 파트너쉽 제도를 수용하는 것은 어떠한가 생각해본다. 법은 언제나 열려있다. 다만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당사자인 우리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