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소설 사라진 협박범(脅迫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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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협박범(脅迫犯) >
일주일 전부터 남편을 찾는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상대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허스키한 음성의 여자였다.
다시 또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았을 때
남편의 안색은 창백했다. 남편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수화기를 놓았고 마침내 자신의
비밀을 실토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신뢰의 끈이 여지없이 끊어지고
가슴은 혐오감으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의도적으로 남편과의 대면을
방관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며칠간 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하는 눈치였다. 외모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 갔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그보다 자기 일신상의 안위를 더 근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가학적인 심정으로 남편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태도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쾌감은 더 큰
불안감 속으로 용해되는 것이었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내게도 감당키 어려운 괴로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남편의 문제이기에
앞서 내 자신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직면해 있는 위기를
의식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딛게 되면 파멸의 골짜기로
추락하게 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입장이다.
선거는 이제 몇 달밖에 안 남았다. 한 달
후면 지역구 공천 심사가 시작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추문이 알려지게 되면
남편의 정치적 생명은 끝장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정치가가 하찮은 계집과의
추잡한 스캔들 때문에 신세를 망칠
수야.......
아내로서 나는 당연히 남편의 행위를
증오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무작정 그를
증오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그의
추악함은 결코 용서할 수 없지만, 잘못은
처해 있는 곤경에서 한시바삐 벗어나는
일이 시급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남편이 저지른
이 우매한 행위를 내 손으로 해결하기로
작정했다.
내가 그 계집을 만난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는 룸살롱을
찾아갔다. 계집은 스물여덟 살의 독신녀로
그 살롱의 여주인이었다.
계집은 늘씬하고 요염했으며 제법 세련된
협박꾼이었다. 계집은 진부하고 위선적인
얘기를 한 시간쯤 지껄였고 나는 메스꺼운
있다는 년의 넋두리를 들어야 했다. 이처럼
완곡하고 우회적인 수법을 거친 뒤에
계집은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며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했던 것이다.
나는 계집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액수에
놀랐다. 다시 한 번 년의 뻔뻔스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집의 소행은 처음부터
계획적인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보다
합당한 선에서 액수를 조정하려 했지만
계집은 냉혹한 태도로 나의 절충을
거절했다.
결국 단단히 발목을 잡힌 꼴이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계집이 요구하는
액수를 마련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불쾌했다. 도무지 기분이 안
내켰다. 남편과 불륜의 정사를 벌이고 있는
치가 떨리는데, 그런 더러운 계집에게 무슨
포상금처럼 거액의 돈까지 바쳐야 한다니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계집을 만나고 돌아와서 나는 밤새워
고민했다. 잡다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계집에 대한
증오심은 커져갔다. 가능하다면 계집에게는
단 한 푼의 돈도 주지 않고 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다.
......어느새 나는 가증스런 계집을
살해하는 공상을 거듭하고 있었다.
설혹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그렇다, 설혹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만일
계집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협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그
방법을 택할 것이다.
년을 내 손으로 직접 해치우기는 곤란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내 대신 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은밀히 물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쥐죽은 듯 고요한 새벽의 정적 속에서
나는 이 일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전화 벨이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나는 소스라치듯 상념에서 깨어났고,
다섯 번째의 벨소리가 울려서야 수화기를
들었다.
낯선 음성이 귓전에 들려왔다. 내가
모르는 남자였다. 그러나 상대는 나를 알고
있었고, 더욱이 나의 생각마저도 꿰뚫고
있었다.
목소리는 깊은 동굴 속에서 울려오는 듯
주인공은 우리를 협박하는 계집을 자신이
해치워 주겠다고 제안하며 그 대가로
사례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비밀을
알았을까? 어떤 방법으로 계집을
해치우려는 것일까? 과연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뒤탈은 없을까?
복잡한 의문점들을 지닌 채 어쨌든 나는
상대가 지정한 장소를 찾아갔다. 그 괴이한
전화의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었고 확실한 결심을 유보한 채 일단
상대를 만나본 후 결정하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그곳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하필이면 정육점을 약속 장소로 정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며 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 낯이 익은 정육점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처음 보는 노인 한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내게 전화를 걸었던 상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주인이 바뀌었나요?"
내가 물었다.
내 질문에 노인이 공손한 태도로
응답했다.
"아닙니다. 주인은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지방에 내려가 있습니다. 며칠간
봐주기로 하고 제가 대신 와 있는
것이지요......."
"뭘 드릴까요?"
누구를 기다리러 왔다기가 멋적어 나는
쇠고기 한 근을 주문했다. 그리고 노인이
한 근을 떼어내 저울에 다는 동안, 나는
초조한 눈길로 유리창 너머를 살폈다.
"누굴 기다리시나요?"
값을 치룬 후에도 한동안 그대로
지체하고 있는 나를 보고 노인이 물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내심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이곳으로 나오라고 하고서 어째서 상대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시간이 흘렀다. 진열장 뒤 타일 바닥엔
머리와 다리가 없어 괴이해 보이는 돼지의
비대한 몸통이 놓여 있었다. 노인은 웅크린
길쭉한 칼날이 뭉클한 살점 속을 헤집고
움직일 때마다 붉고 흰 속살이 드러나며
실낱 같은 핏물이 흘렀다.
돼지의 몸통은 이윽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노인은 잠자코 일어서더니
냉장고의 문을 열고 S자로 생긴 갈고리를
꺼냈다. 두 개의 덩어리 중 하나를
갈고리에 꿰어 냉장고 안에 걸어두고
노인은 나머지 하나를 도마 위에 얹었다.
나는 이상하게 불안한 기분에 휩싸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후에 잠깐 손길을 멈추며 노인이
물었다.
"누굴 기다리시는데요?"
얼핏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 이상
일이었다. 나는 눈에 띄게 서두르는
동작으로 노인이 포장해 둔 쇠고기 한 근을
집어들었다.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했습니까?"
돌아서려는데 노인이 다시 물었다. 나는
멈춰서며 물끄러미 노인의 얼굴을 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다란 은빛 머리칼 아래서 불그레한
노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구부정하고 왜소한 체구. 헐렁한 가운의
앞자락에는 붉은 핏방울 몇 점이 묻어
있었다. 어쩐지 이때만큼은 처음 이곳으로
들어서던 순간 인사해 보이던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노인은 무언가를 알아주기 바라는
표정으로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까닭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노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사이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노인의 미소는
차가웠다. 비좁고 각진 이마. 날카롭게
찢겨진 눈. 큰 코에 비해 터무니없이
조그맣고 엷은 입술. 노인은 무슨 버릇처럼
성냥개비 하나를 이빨 사이에 물고 있었다.
"부탁하시려는 상대가......."
희미한 노인의 미소 사이로 백금을 씌운
이빨이 보였다.
천천히 손을 움직여 고깃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노인이 말했다.
"지하 룸살롱의 젊은 마담이라지요?"
"그럼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바로......."
손길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노인이
"내가 아닙니다. 내 아우가 했지요.
아우와 난 오랜 동업자 사입니다."
"어떻게 이 일을 알았지요?"
다시 내가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모릅니다. 내 아우놈이 정보를 얻어오면
난 그저 일만 처리하면 되니까요."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할 건가요?"
"그건 묻지 마십시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고깃덩어리에 천천히 칼질을 하며 노인이
대꾸했다.
노인의 손놀림은 마치 자신의 능숙한
솜씨를 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핏물이 묻어 있는 칼날을 천천히
헝겊에 닦으며 노인이 물었다.
"계약금은 가져 오셨나요?"
나는 그들의 요구에 응했다. 하지만 아직도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에는 무언가
머뭇거려지는 점이 있었다. 이런 나의
심중을 꿰뚫어 본 듯 노인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린 십 년이 넘게 이 일을 해 왔지요.
그새 한 번도 실수는 없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결정은
알아서 하십시오. 계약금을 주면 일에
착수할 것이고, 아니면 없었던 일로 치면
그뿐일 테니까요."
노인의 말투에는 어떤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나는
그들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스쳤다. 신중히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나는 핸드백을 열고 한 다발의 현찰을
뒤 노인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 이걸로 우리의 계약은 성립된
겁니다. 이틀 후 일을 처리한 뒤 곧바로
전화를 드리지요. 그때 부인께서는 나머지
잔금을 가지고 나와 일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해 두시지
않으면 안 되고요."
이틀 후 벨소리가 울렸을 때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다시 또 그 계집의 협박전화가 아닌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때 내 귀에 들린 것은
저 음산한 남자의 음성이었다.
전화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지금 곧 내려와서 확인해 보시려우?"
노인이 아우라고 칭했던 남자였다.
부탁은 했지만 막상 일을 처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겁이 났다.
한동안 망설이던 끝에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나는 잔금을 챙겨들고 불안한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내가 갔을 때 정육점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조그만 출입문이
열리며 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노인은
출입문을 잠그었다.
안에는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노인의
한손에는 반쯤 베어문 사과가 들려 있었다.
노인은 손전등을 찾아들고 판매대 뒤쪽의
냉장고 문을 열자 비릿한 피내음이
맡아졌다. 손전등의 둥근 불빛이 커다란
고깃덩어리 아래에 있는 희끄무레한 물체를
비추었다.
나는 질펀하게 앉아 있는 그 계집의
주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빛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핥아댔다.
커다랗게 확대된 동공과 벌린 입술이
보였다. 비스듬히 고개를 떨군 목젖에서는
아직도 붉은 핏물이 우유빛 젖가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긴장과 불안 속에서 이틀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가기가 겁이 났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번거로운 상념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노인이 계집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있는 모습과 함께, 토막낸 시신을 고기
운반용 자전거에 싣고 어두운 화단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이 발각되면 어쩌나 무던히 조바심도
되었다. 그래서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배달된 신문 기사도 낱낱이
훑어보았다. 하지만 아직 그 계집에 관한
내용은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 불안 속에 오후가 되었을 때 이웃집
여자가 찾아왔다. 남편이 제약회사
중역이라는 여자로 몇 차례 내왕하며 제법
가까워진 사이였다. 그 여자는 무언가
음식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다.
"혹시 소문 들으셨어요?"
테이블 위에 그릇을 놓고 소파에
"703호에 룸살롱 마담이라는 젊은 여자
있잖아요. 그 여자가 글쎄 사흘째나
행방불명이라지 뭐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지만
나는 애써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여자의
얼굴을 주시했다.
다시 여자가 말했다.
"사흘 전에 곧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일하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고 자기가 하는
룸살롱에서 나왔다는 거예요. 그런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까 일하는 아이가
여기저기 연락해 보다가 겁이 나서 아침에
경찰에 신고를 했대요."
내 심정도 모르는 채 이웃 여자는 자기의
기분에 취해 얘기를 계속했다.
"그 여자 아파트 근처에서 실종된 게
주차장에 있거든요. 게다가 지하상가
야채장수와 과일장사가 그러는데 그날 밤
그 여자가 자기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갔다는 거예요. 그러니 생각해 보세요.
지하상가라면 그 여자 집까지는 기껏해야
2분도 안 걸릴 거린데, 잔뜩 물건을 사들고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이웃 여자는 의혹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을 끊더니 잠시 후 한결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아무래도 내 생각엔, 그 여자 누구한테
살해된 것 같아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빚도
상당히 많았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경찰이
어제 오늘 아파트 주변을 이잡듯이
수색했다는 거예요. 혹시 시체를 묻지나
않았나 해서 화단을 온통 파헤쳐 보기까지
그들은 대체 그 계집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이웃 여자의 말을 듣고 있는 중에도 나는
그 생각만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여자의 눈길을 의식했다. 그새 나는
입을 굳게 다문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나의 태도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은 틀림없었다.
"뭘 이렇게 가져오신 거예요?"
화제를 바꿀 양으로 짐짓 태연을
가장하며 내가 물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그러자 호들갑스럽게 손뼉을 치고 나서
이웃 여자가 말했다.
"실은 만두를 좀 빚어서 그걸 좀
드리려고......."
모락모락 오르는 만두가 소복이 담겨
있었다.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정성을
생각해서 좀 드시라구요."
그릇을 내 앞쪽으로 밀어주며 이웃
여자가 말했다.
감사의 표시로 웃음을 지으며 나는 만두
한 개를 집어들었다.
지난 이틀 동안 나는 거의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런데 이웃 여자가 가져온
만두는 제법 맛이 있었다. 나는 한 개를
먹고 다시 또 한 개를 집어들었다.
"정말 맛이 그만이네요."
내가 말했다.
칭찬에 기분이 좋았던지 이웃 여자가
새침스럽게 대꾸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만두만큼은 자신
있다구요."
"그래요?"
"그러믄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보죠?"
다시 또 하나의 만두를 집어들며 내가
물었다.
"비결은 간단해요."
여자가 말했다.
"만두 속으로 좋은 고기를 쓰는 게......
호호...... 비결이라면 비결인 셈이지요."
여자의 말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두를 천천히 씹으면서
또 어느새 노인이 여자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웃 여자의 간드러진 말소리가
들려왔다.
"낮에 지하 정육점에 갔었어요. 만두
속에 쓸 고기를 달랬더니 정육점 주인이
마침 싱싱한 안심 고기가 있다면서
갈아주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여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을 느꼈다. 방금 삼키려던
고기 만두를 나는 급히 손바닥 위에
뱉았다. 사색이 되어 자꾸 헛구역질을
해대고 있는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이웃집
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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